영화 아수라 줄거리, 배경, 총평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추악한 생존기’를 강렬하게 그려낸 한국 범죄 누아르 영화이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등 연기력으로 입증된 배우들이 총출동해 기대를 모았으며, 감독 김성수가 15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는 권력, 배신, 생존이라는 테마 아래 인간 본성의 밑바닥까지 파고들며,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한편, 기존 범죄 영화와는 다른 방향성으로 장르의 새로운 경지를 시도한 문제작이다.
줄거리: 부패한 도시에 묶인 남자의 파멸
영화 아수라는 경기도 선진시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펼쳐진다. 주인공 한도경(정우성)은 암 말기 아내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부패한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사조직에 충성하고 있는 비리 형사다. 그는 공무원 신분을 이용해 정치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각종 사고를 무마하며 박 시장의 치부를 감추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하지만 검찰 특수부 검사 김차인(곽도원)이 도경에게 접근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김 검사는 박 시장의 범죄 증거를 캐기 위해 도경을 협박하고, 결국 도경은 시장과 검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게 된다. 이중첩자의 길을 걷게 된 도경은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 그 과정에서 박 시장의 또 다른 부하이자 냉소적인 후계자로 떠오르는 문선모(주지훈)와의 알력 다툼, 검찰 내부의 이중 플레이, 박 시장의 끝없는 악행 등이 얽히며 갈등은 폭발 직전까지 치닫는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의 생존과 욕망을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결국 도경은 믿었던 사람들에게서도 외면당하며 끝없는 파멸로 향한다. 결말부에는 누구도 승리하지 않는다. 정의는 존재하지 않고, 도경은 모든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사하며 마지막 행동에 나선다. 관객은 도경이 흘리는 피와 눈물, 그리고 절망 속에서 그가 진실을 택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절망의 희생양이 되었는지를 모호하게 마주하게 된다. 이 결말은 단선적인 해피엔딩이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오히려 혼돈과 절망을 그대로 투영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경: 정의도 빛도 없는 지옥의 무대
아수라의 배경이 되는 ‘선진시’는 실존 도시가 아닌, 한국 사회의 부패와 비리, 권력의 사슬을 압축적으로 구현한 가상의 공간이다. 이곳은 정치, 검찰, 경찰 모두가 부패했고, 각자가 생존을 위해 다른 누군가를 짓밟아야만 하는 구조 속에 있다. 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함축한 강력한 장치로 기능한다. 촬영지는 인천, 안산, 파주 등지의 낡은 구도심, 공장 지대, 폐쇄된 건물 등을 활용하여 황폐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특히 조명과 색채, 카메라 앵글을 통해 인물들이 끊임없이 그늘 속에 존재하는 느낌을 주며, 현실 세계와 분리된 듯한 '지옥도'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빛이 거의 없는 도심, 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밤의 골목, 폐건물 속 음모 등은 마치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그대로 시각화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 도시에는 선한 의도나 정의는 허락되지 않는다. 모든 선택은 생존과 타협의 산물이며, 캐릭터들의 도덕성은 도시 구조 자체에 의해 박살난다. 즉, 선진시는 단지 정치적 부패가 극단화된 도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비유적으로 형상화한 일종의 무대이자 상징이다. 감독은 이 도시가 바로 '지옥에 가장 가까운 곳'이라 밝히며, 아수라의 세계관을 현실에서의 극단적 재현이라 설명한 바 있다.
총평: 불쾌하나 깊게 파고드는 현실의 그림자
영화 아수라는 확실히 호불호가 강한 작품이다. 지나치게 폭력적인 묘사, 절망만이 가득한 구조, 구원 없는 인물 설정 등은 일부 관객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자 존재 이유다. 아수라는 관객이 편안하게 감상하는 '영화'라기보다, 불편한 현실을 날 것으로 직면하게 만드는 '사회적 거울'에 가깝다. 정우성은 그동안의 세련되고 멋진 이미지를 벗고, 찌들고 부패한 인물 '도경'을 처절하게 연기해냈다. 그의 헝클어진 머리, 피범벅 된 얼굴, 도망치듯 휘청이는 걸음걸이 등은 인간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설득한다. 황정민은 그 특유의 에너지로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권력형 악당 '박성배'를 연기하며, 대중에게 진한 인상을 남겼다. 주지훈은 냉소와 야망이 공존하는 캐릭터로 긴장감을 주었고, 곽도원은 정의를 가장한 욕망의 화신으로 작품의 균형을 이루었다. 비판도 분명히 존재한다. 여성 캐릭터의 부재와 도구화, 폭력성의 강도, 시종일관 이어지는 어두운 정서가 관객의 피로도를 높인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감독 김성수는 이 영화를 통해 “세상에는 정의나 선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럼에도 인간은 자기만의 정의를 택해야 한다”는 냉소적인 질문을 던진다. 결국 아수라는 현실의 복제물이며, 관객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타락한 권력에 복종하겠는가, 아니면 끝없는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타락을 선택하겠는가? 그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이 영화는 단호하게 말한다. “누구도 순결하지 않다. 누구도 구원받지 못한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아수라의 진짜 메시지를 이해하게 된다.